작업

건축
프로젝트
남는 장면
연도
2026
분류
건축
설계
정종보
위치
광주 동명2구역
대지면적
78,000 m²
남는 장면 01

배경과 문제의식

‘남는 장면’은 도시를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하게 하는 요소에 주목하고, 한 동네를 동네답게 기억하게 하는 자생적인 삶의 흔적을 찾아 건축으로 번역하는 연구설계 작업이다.

광주 동명2구역은 동명동, 지산동, 산수동 세 행정동에 걸쳐 있으며, 푸른길로 전환된 옛 경전선 철도 부지가 지나가는 지역이다.
오랫동안 광주의 대규모 도시개발 흐름에서 비켜나 있었던 만큼, 오래된 주거지의 생활상과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온 공간의 흔적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폐선 부지가 푸른길로 재편된 이후 주변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동명2구역 역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비롯한 개발의 가능성 속에 놓여 있다.
지금의 도시 조직과 생활의 흔적 또한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

본 연구설계는 이러한 변화 앞에서 ‘무엇을 보존할 것인가’보다, ‘우리는 한 동네를 무엇을 통해 경험하고 기억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남는 장면 02

관찰과 해석

동명2구역을 답사하면서 좁은 골목 끝에서 갑자기 열리는 공간, 담장과 건물 사이에 생긴 틈, 서로 다른 재료와 높이가 만나는 접면과 경계, 작은 공터와 모퉁이처럼 주민들의 생활에 의해 오랜 시간 만들어진 공간들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러한 장면은 각각 독립된 건축물이 아니라 건물과 골목, 사유지와 공공영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 관계의 결과라고 보았다.

반복되는 장면들을 통해 이 동네만의 공간적 이미지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장소를 기억하고 인지한다고 판단하였다.

남는 장면 03남는 장면 04

설계 전략

현장조사를 통해 발견한 장면들을 골목, 경계, 접면, 보이드 등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공간적 관계를 추출했다.
이후 이를 그대로 복원하거나 형태적으로 모방하는 대신, 경계를 두껍게 만들고, 솔리드를 비우고, 접면을 열고, 비어 있는 공간을 활성화하는 등의 건축적 조작으로 번역했다.

개입의 강도 또한 하나의 건물을 완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장소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도록 했다.
바닥의 변화에서 시작해 가벼운 구조체와 캐노피, 반외부 공간, 내부 공간으로 점차 건축적 밀도가 높아지는 여러 단계의 개입을 설정했다.

남는 장면 05남는 장면 06남는 장면 07남는 장면 08남는 장면 09

공간의 결과

새로운 건축은 기존 도시 조직 위에 독립적으로 놓이기보다 골목과 경계, 공터와 기존 건물 사이에 스며든다.
각각의 개입은 이전의 장면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지만, 그 장면을 만들어냈던 관계와 공간적 성격을 다른 형태로 이어간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남기고자 하는 것은 특정한 건물이나 과거의 모습 자체가 아니다.
동네를 걷고, 머물고, 사람을 만나며 축적되어온 장소의 기억을 건축을 통해 다음 시간으로 이어가는 하나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남는 장면 10남는 장면 11남는 장면 12